1달러 연봉 받던 그 사람, 이제 1달러 동전에 새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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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로 받던 월급, 1달러에 새겨진 얼굴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 복귀 뒤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년 공식 연봉으로 정확히 1달러만 받았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정말로 1달러 동전 위에 새겨졌습니다.
미국 조폐국이 2026년 5월 12일 정오(미 동부시간)에 공식 판매를 시작한 새 동전 이야기인데요, 단 11분 만에 모든 옵션이 매진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익숙한 무대 위 잡스의 모습은 또 아니에요. 어떤 동전이고, 무엇이 새겨져 있고, 왜 하필 지금일까요.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청바지에 터틀넥, 그리고 떡갈나무 언덕
동전 뒷면(reverse)에 새겨진 잡스는 단상 위에서 아이폰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아닙니다. 청바지에 터틀넥, 운동화 차림으로 무릎을 모은 채 앉아 있는 젊은 시절의 잡스죠. 배경은 북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떡갈나무로 덮인 완만한 언덕입니다.
미 조폐국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풍경은 "복잡한 기술을 자연처럼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무엇으로 바꾸어낸" 잡스의 사고방식이 캘리포니아 자연에서 비롯되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디자인은 조폐국 Artistic Infusion Program 소속 일레이나 헤이글러(Elana Hagler)가 그렸고, 메달 조각가 피비 햄필(Phebe Hemphill)이 입체로 옮겼어요.
다만 발표 직후 매체들 사이에선 가벼운 농담이 돌았습니다. 매크월드는 동전 속 잡스가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살짝 겹쳐 보인다고 적었고, 컬트오브맥은 닮긴 닮았는데 다른 누군가 같다는 식으로 빗댔어요. 디자인이 잘못됐다는 비판이라기보다, 사진처럼 똑같진 않다는 가벼운 평가에 가깝습니다.
"MAKE SOMETHING WONDERFUL" 한 줄에 담긴 진짜 의미
동전에 새겨진 또 하나의 문구가 "MAKE SOMETHING WONDERFUL"입니다. 직역하면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라" 정도지만, 이 표현이 그저 좋은 말이라서 들어간 건 아닙니다.
2007년 잡스가 애플 직원들에게 한 짧은 발언에서 가져온 문장이거든요. 그는 "여러분이 받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은, 무언가 멋진 것을 만들어 다시 세상에 돌려놓는 일"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가 2022년 세운 비영리 단체 '스티브 잡스 아카이브'는 이 말을 모은 디지털 책의 제목으로도 썼고, 이번 동전 디자인 역시 이 아카이브가 후원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그를 고른 이유
이번 동전은 미 조폐국이 2018년부터 진행해 온 아메리칸 이노베이션 1달러 동전 프로그램(American Innovation $1 Coin Program)의 한 편입니다. 미국 50개 주, 워싱턴 D.C., 그리고 미국령 5개 지역을 대표하는 혁신가나 발명을 매년 4종씩 동전에 담는 다년도 시리즈죠.
이 시리즈에선 각 주의 대표 인물·기술을 그 주의 주지사가 추천합니다. 캘리포니아 차례가 돌아오자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2025년 2월 19일, 스티브 잡스를 공식 추천한다고 밝혔어요. 그는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이고 기업가적인 정신은 캘리포니아의 가장 좋은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했고, 캘리포니아 드림의 모범 사례라고 평했습니다.
2026년 같은 시리즈에 함께 발행된 동전은 모두 4종입니다. 아이오와는 녹색혁명을 이끈 농학자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위스콘신은 세계 최초의 슈퍼컴퓨터로 꼽히는 Cray-1, 미네소타는 1940년대 이동식 냉동 트럭이 디자인 주제로 골라졌어요.
11분 만에 매진, 가격은 얼마였을까
판매는 미 동부시간 2026년 5월 12일 정오에 미 조폐국 공식 사이트에서 시작됐습니다. 옵션은 두 가지였어요. 25개가 든 한 통(롤)이 61달러, 100개가 든 자루(백)가 154.50달러입니다. 한 가구당 최대 10건까지만 주문할 수 있도록 제한도 걸렸습니다.
각 옵션마다 필라델피아 조폐국(P)과 덴버 조폐국(D) 두 가지 마크가 있어 수집가들에겐 사실상 4가지 상품이 생긴 셈인데요, 그럼에도 애플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전체 옵션이 11분 만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액면가 1달러짜리 동전을 그 위 가격으로 사겠다는 수요가 그만큼 몰린 거죠.
이 동전은 "유통(circulating) 품질"로 만든 일반 통화로 분류되긴 합니다. 다만 1달러 동전 자체가 미국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다 보니, 동네에서 거스름돈으로 우연히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사실상 수집용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건국 250주년과 잡스가 같은 동전에 만난 까닭
앞면(obverse)에는 측면을 바라보는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IN GOD WE TRUST", "$1"이 새겨집니다. 그리고 매년 들어가는 작은 상징(프리비 마크)으로 산업과 혁신을 뜻하는 톱니바퀴 모양이 박히는데, 2026년에만 자유의 종 모양과 숫자 "250"이 추가됩니다. 미국 건국 250주년(Semiquincentennial)을 기념하기 위한 디자인이에요.
바꿔 말하면 잡스의 동전은 한 인물을 기념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미국이 자국 250년 역사를 정리하는 해, 캘리포니아라는 한 주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적 혁신은 이 사람"이라고 공식적인 답을 내놓은 셈이거든요. 1달러 연봉을 고집했던 사람이, 미국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동전 위에 다시 1달러로 새겨졌다는 점에서 액면가 자체가 의도된 상징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한 줄 정리
1달러 연봉을 받던 사람이 1달러 동전에 새겨졌고, 그 동전은 11분 만에 매진됐습니다 — 캘리포니아가 미국 건국 250주년에 내놓은 답이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이라는 사실이, 동전 한 닢으로 압축된 셈입니다.
출처
- [1차 자료] U.S. Mint — 2026 American Innovation $1 Coin Rolls and Bags Featuring Innovation in California on Sale May 12
- [1차 자료] Governor of California — Governor Newsom's Steve Jobs innovation coin goes into circulation
- AppleInsider — Commemorative US Mint Steve Jobs coin sells out in just 11 minutes
- 9to5Mac — Here's how to get the U.S. Mint's $1 coin honoring Steve Jobs
- Macworld — Steve Jobs immortalized in 'criss-cross' pose on $1 coin
- CoinNews — First Look at 2026 American Innovation $1 Coins (Iowa, Wisconsin, California, Minnes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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